Book 리뷰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VodkaKim 2020. 11. 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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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3년전에 읽고 다시 읽어보니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감동을 준다.
어렵기만 했던 책이 어렴풋하게나마 와닿는 부분들이 생긴다.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불멸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속 주인공은 실존인물이다.

현실과 현재와 순간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는 '조르바'와, 현실을 회피하면서 이론적인 진리와 이성을 추구하는 '나'로 대변되는 저자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

'조르바'는 현실적인, 현재의 욕망을 갈구하고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는다. 반면 저자인 '나'는 부처를 통한 형이상학적인 불멸의 진리를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조르바를 통해 현실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프롤로그에서 니코스 카잔자키스는 자신의 영혼 깊숙히 행적을 남긴 사람들이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조르바의 삶과 행적을 다루고 있다.

조르바는 내게 삶을 사랑하는 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p7

"네, 저는 아무 것도 믿지 않아요. 몇 번이나 말해줘야 해요? 나는 아무것도, 아무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어요. 조르바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이라서가 아니예요. 절대로, 정말 절대로 더 낫지 않죠! 그놈도 짐승이예요. 하지만 내가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나는 오직 그놈만을 잘 알 뿐, 다른 것들은 모두 헛것들이예요. 조르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조르바의 귀로 듣고, 조르바의 위장으로 소화하죠. 다른 모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헛것이예요. 내가 죽는 순간 모든 것들도 죽죠. 조르바의 세계 전체가 바닥으로 사라지죠!" p104

"산다는 게 원래 문제투성인 거요." 조르바가 계속 말을 이었다. "죽음은 문제가 전혀 아니고요. 사람이 산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아세요? 허리띠는 느슨하게 풀고, 남들하고 옳다 그르다 시비하는 거예요." p185

부처는 마지막 인간이었고,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충분히 먹지도, 마시지도, 입맞춤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다. 이 맥 빠진 늙은이는 너무 일찍 왔다. 이제는 떠나가게 놓아주자! p241

"여든으로 합시다! 대장, 비웃으시는구려! 하지만 그리 오래 비웃진 못할 거요. 인간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것뿐입니다. 수도사들처럼 금욕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물나도록 실컷 즐겨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라고요. 우리가 스스로 악마가 돼보지 않고 어떻게 그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요!" p343

"새로운 길, 새로운 계획. 난 지나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의 일도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그것만 신경 씁니다. 난 스스로 이렇게 묻죠. '조르바, 넌 지금 뭘 하고 있는 게냐? 잔다. 그럼 잘 자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일한다. 그럼 열심히 일해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자를 껴안고 있다. 그럼 그 여자를 꼭 껴안아라!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어버려라, 이 세상에는 그녀와 너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나게 들겨라!'" p473

특히 바로 위의 이 문구는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나에겐 참 철학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책으로 와 닿는다. 바로 그런 점이 이 불후의 명작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우리 내면에는 조르바가 있고, 조르바처럼 행동하길 원할 것이다. 나도 조르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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