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설림> 중에서
한비자의 <설림>편을 보면 현대사회에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설림 說林>편은 춘추전국시대에 널리 유행했던 여러 종류의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중 조직생활을 하면서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있어 인용해 본다.
공자가 벼슬을 맡지 못하다
자어(송나라의 대부)가 공자를 태재(재상 벼슬)에게 소개하였다. 공자가 나가자, 자어가 들어와서 공자에 대한 평가를 물으니 태재가 말하였다.
"내가 공자를 만나고 나니 당신이 이나 벼룩 같은 소인배로 보이네. 나는 오늘 군주에게 그를 만나보게 할 것이네."
자어는 공자가 군주에게 귀하게 될까 두려워 그 틈에 태재에게 일러 말하였다.
"군주께서 이미 공자를 만나보면 당신 또한 이나 벼룩처럼 여길것입니다."
그래서 태재는 공자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한비자, 김원중》 p342
어느 시대에든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을 위로 소개하기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본인의 이익이 먼저니까. 아무리 친해도 결국 나의 이익이 우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더 치열하고 심하지 않을까 싶다. 한비자는 이러한 인간의 욕심을 이 이야기를 통해 명쾌하게 전하고 있다.
주변관리를 잘하라는 혜자의 충고
진진이 위나라 왕에게 귀하게 되자 혜자가 말하였다.
"반드시 [왕의] 측근들을 잘 섬기도록 하시오. 무릇 버드나무는 옆으로 심어놓아도 살고 거꾸로 심어놓아도 살며 꺾어서 심어놓아도 또한 산다오. 그러나 열 사람이 심고 한 사람이 뽑는다면 버드나무를 살릴 수 없소. 무릇 열 사람이 살리기 쉬운 나무를 심어도 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겠소? 나무를 심는 것은 어렵지만 뽑아버리는 것은 쉽기 때문이오. 당신이 비록 왕에게 자신의 모습을 잘 심었을지라도 당신을 제거하려는 자가 많다면 반드시 위태로울 것이오." 《한비자, 김원중》p362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특히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변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정관정요》의 당 태종같은 명군이 아닌 이상, 보스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능력있고 위로부터 인정받아도 주변으로부터 잔 펀치를 계속 맞으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 즉 주변에 적이 없어야 한다.
한비자는 위의 이야기를 통해 조직생활에서의 생리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