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건강 그리고 자유
도스또예프스키의 《악령》 본문
제정러시아 시대의 네차예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혁명조직내 동지의 배반,탈퇴를 이유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1860년대 당시 러시아의 허무주의, 무신론, 무정부주의가 팽배하던 시점이 배경이다.
책 제목 악령은 그 당시 만연했던 허무주의, 무신론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나타나, 물리적인 죽음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다.
당시 만연했던 사회현상을 바탕으로 정치 풍자적인 내용으로 집필하였으나, 최종 출간시에 대폭적인 개작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관념, 종교,철학적인 내용으로 변경하였다.
도중에 정치 풍자적인 색채에서 형이상학적 개인의 관점으로 변경하다보니, 왠지 책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
개작을 통해, 혁명을 선동하고, 행동하는 무정부주의자 표도르 베르호벤스끼에서 난해하기 짝이없는 스따브로긴으로 주인공이 변경되면서 작가가 표방하려는 스토리가 많이 뒤죽박죽된 것 같다.
사실 책 전체를 통해 모든 활동과 음모의 주인공은 표도르 베르호벤스끼이다.
그럼에도 모든 연결고리는 스따브로긴에서 출발한다. 신비주의적인 생각과 행적을 통해 스따브로긴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독자들은 최소한 그 결말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매우 궁금하다.
따라서 독자는 장기간의 상권, 중권의 따분한 도입부를 인내를 가지고 버티면서, 스따브로긴과 베르호벤스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비극적이든, 아니든 간에 멋진 결말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5인조 혁명 사건은 샤또프 살해, 끼릴로프 자살, 럄신의 밀고, 베르호벤스끼의 도망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스따브로긴은 갑자기 나타나 자살로 끝맺음을 한다.
도대체 악령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솔직히 책을 다 읽고 '이게 뭐지?' 라는 실망감만 대폭 안겨 준 작품이다.
모든 과도기에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어떤 목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상의 징후조차도 갖고 있지 못하며, 그야말로 그 시대의 불안과 초조의 부산물에 디나지 않는 이런 부랑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부랑자들은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거의 언제나, 일정한 목적을 갖고서 활동하는 그 많지 않은 <선두 주자들> 무리의 구령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데, 그러면 선두 주자 무리들은, 그들 자신이 완전한 백치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는 이상, 그런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 쓰레기들을 전부 자기들이 편한 방향으로 멋대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p708
활동 중인 모임은 그 나름대로 모두 제각기 새로운 추종자들을 만들고 하위 지부를 통해서 무한한 확장을 거듭하면서, 체계적인 폭로성 선전을 통해 끊임없이 지방 권력의 의의를 실추시키고, 주민들 사이에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냉소주의와 스캔들, 그리고 완전한 불신, 최상의 것에 대한 갈망을 조장하며, 끝으로, 특히나 민중적인 수단인 화재를 일으켜, 필요하다면 예정된 순간에 절망 상태로까지 몰아간다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p845
여러분의 발걸음은 당분간은 오직 모두, 모든 것이 파괴되도록, 정부 전체와 정부의 도덕성이 파괴되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면 미리부터 권력을 접수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우리들만이 남게 될 겁니다. 현명한 자들은 우리 자신에게 합류시키고, 멍청한 자들 위에 올라타서 전집합시다. p936
인간이라는 존재의 율법 자체는 오직, 인간이 언제나 한없이 위대한 존재 앞에서 경배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람들에게서 한량없이 위대한 존재를 박탈해 버린다면, 그들은 살 수가 없어서 절망 속에서 죽고 말 겁니다. 무한하고 한량없는 존재는 흡사 인간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조그만 행성만큼이나 인간에겐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p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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