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건강 그리고 자유
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 본문
<닫힌방>
지옥으로 떨어진 세사람. 가르생(신문기자이자 탈주병), 이네스(우체국 직원이자 동성애자), 에스텔(부유한 젊은 마담).. 낯선 밀폐된 방(공간)으로 급사에 의해 차례로 안내되어 들어온다. 많은 죽은 사람들이 그렇듯 쇠꼬챙이,석쇠, 가죽 깔때기를 찾는다. 그러나 ... 아직은 어리둥절한 이들. 지상에서 생각했던 지옥이 아니다.
이네스 : 얼마나 단순한지 보세요. 간단해요! 육체적인 고문은 없어요, 맞죠? 그런데도 우리는 지옥에 있는거고. 그리고 더 올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우리는 끝까지 우리끼리만 있을 거예요. 그렇죠? 결국 여기에 한 사람이 비게 되죠. 바로 사형집행인 말예요.
...
이네스 : 바로 우리들 각자가 다른 두 사람에 대한 사형집행인인 거죠. p36
지하에는 문이 열리지 않은 이런 방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죽은지 얼마 안되어, 지상이 보인다. 그러나 점점 지상과는 관계는 단절되고, 죽은 자들은 지상에서 역사가 되고, 닫힌 방에 남는다. 닫힌 방에서 모든 비밀이 알려진 채,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끊임없는 시선. 이것이 바로 지옥이다. 지옥은 바로 타인이다.
가르생 : ... (그가 웃는다) 그러니까 이런 게 지옥인 거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신들도 생각나지, 유황불, 장작불, 석쇠...... 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p82
<닫힌 방>은 나치 점령기에 억압당한 상황, 상호간의 감시 등 파리의 상황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사르트르의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결혼 생활 및 제자와의 애정 생활을 보여준다고 한다. 차가운 이네스는 보부아르를, 멍청하고 변덕스러운 에스텔은 보부아르의 제자 올가를 나타낸다고 한다.
<악마와 선한 신>
배경은 16세기 독일 농민 전쟁 당시. 대주교와 결탁하여 시민 반란을 진압하려는 절대악으로 대변되는 괴츠. 보름스 도시를 포위한다.
도시 내의 모든 시민을 죽이고자 마음먹은 절대 악 괴츠에게 사제 하인리히는 사제들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를 준다. 시민 반란의 주동자 나스티 또한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 달라고 은밀히 나타난다.
괴츠는 절대 악과 선한 신 사이에서 고뇌하게 되고, 1년 하루 동안 사제가 되어 선행을 베풀기로 내기한다. 괴츠는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영지를 농민들에게 나눠 줌은 물론,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교회, 태양의 마을)를 짓고 선행을 베푼다. 그러나, 괴츠의 바램과는 달리, 교회의 거주하던 농민들은 반란을 주도하는 농민들에 의해 몰살되고,교회가 황폐화된다.
결국 괴츠는 현실에서 선한 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함을 느끼며, 다시 인간이 되어 인간의 전쟁을 주도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인리히 : 신이지. 신은 선이 지상에선 불가능하기를 바라셨어.
괴츠 : 불가능하다고?
하인리히 : 완전히 불가능하지, 사랑도 불가능! 정의도 불가능! 네 이웃을 사랑하려고 한번 시도해 봐, 그러고 나서 나한테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괴츠 : 그게 내 변덕에 달린 거라면, 내가 왜 이웃을 사랑하지 않겠어?
하인리히 : 왜냐하면 단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증오하기만 하면 증오는 충분히 인류 전체로 퍼지거든. p184
괴츠: 나는 매일, 매시간,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선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 당장 선을 행하는 자가 될 거고. 하인리히가 이렇게 말했지, "증오가 서서히 온 세상을 뒤덮는 데는 두 사람이 서로 미워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라고.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사실, 한 사람이 완전한 사랑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점점 퍼져 온 인류를 충분히 뒤덮을 거라고.
나스티 : 그래서 네가 그 사람이 되겠다고?
괴츠 : 내가 그렇게 될꺼야, 그래, 신의 도움으로. 난 선이 악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지. 악은 나 자신일 뿐이지만 선은 전부야. ... p203
괴츠 : ... 신이란 인간들의 고독이야. 나밖에 없었던 거지, 나 혼자 악을 결정했고, 내가 혼자서 선도 만들어 냈어. 속인 것도 나였고, 기적을 행한 것도 나였고, 오늘 나를 심판하는 것도 나야, 나 혼자만이 내 죄를 사할 수 있지, 나, 인간인 내가 말이야.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무이고, 만일 인간이 존재한다면...... 어딜 가? p309
사르트르의 책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윤리적인 이슈들에 대한 사르트르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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